민주화운동의 뜻을 새기며...
이천 민주화운동 기념공원
민주는 사람이다. 기억 그리고 미래, 민주주의는 과정입니다.
민주주의는 사람이며 과정이라는 저 문장에 가슴이 뛴다면
민주화를위해 생명을 바친 열사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이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이천시 모가면 어농리 산28-4번지에 소재한 이천 민주화운동 기념공원. 이 공원은 2001년 1월 12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의 공포로부터 시작된 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2007년 이천시가 유치해 성공해 조성된 민주공원이다.
이런 공원이 있고 이곳에 방문할 우리가 있을 수 있던 건 그날의 함성과 저항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공원의 초입에는 웅장한 ‘역사의 문’이 있다. 이 문의 우직함은 공원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듯 시작부터 겸허한 마음가짐을 가지게 해준다. 그 마음을 품고 공원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면 얼마 가지 않아 본격적인 공원의 시작을 알리는 ‘민주의 문’과 ‘시민광장’을 만나게 된다.
탁 트인 ‘시민광장’에서 보는 하늘은 높기만 하다. 언젠가 민주열사들도 이 높은 하늘을 보셨겠지. 그때 그분들은 이 하늘을 보며 어떤 기분이 드셨을까. 이런 생각에 잠시 잠겨있는데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곳곳에 다양한 높낮이의 사각 빛기둥들이 불규칙하게 놓여있다. 왜 이렇게 기둥들이 놓여있나 알아보니 그 기둥들은 민주화운동 현장에 섰던 사람들을 형상화한 ‘메모리얼 큐브’라는 작품이었다.
광장에 큐브들과 함께 서 있으니 잠시나마 그날 그곳의 함성이 들려온다. 함성과 함께 큐브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다 보면 이천의 하늘을 품고 있는 작은 연못 위에 놓인 거대한 큐브가 보인다. 이 큐브는 다른 온전한 큐브들에 비해 칼로 베인 듯한 크렉이 나 있는데 이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새겨진 시대적 상처와 희생을 의미한다고 한다. 의미를 알고 보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무리 단단해 보이는 것이라도 이미 크게 난 상처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큐브를 보니 좀 더 자세히, 좀 더 확실히 민주화운동에 대해 배워 보고 싶은 뜨거운 마음에 큐브 곁에 있는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민주화운동기념관’은 민주화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설전시실'과 민주화운동 희생자들과 당시 사건들을 조명한 ‘기획 전시실’로 나뉘어있다.
이 전시실들은 만남, 역사, 공감이라는 큰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민주화운동에 대한 소통을 통해 보는 이들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낸다. 특히 코너마다 주제에 맞는 세련된 연출과 컨셉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쉽고 따뜻하며 정확하게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해두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 역사는 이곳에서 모두 배울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내용과 자료를 볼 수 있으니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천천히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전시실 끝 무렵에는 ‘내일로 보내는 메시지’라는 이름의 마지막 코너가 등장한다. 이 코너에서 남기는 전자 방명록은 스크린 속 민주 나무의 한 잎사귀가 되니 이 민주 나무가 더 우거져 숲을 이룰 수 있도록 감사함을 담은 방명록을 적어보자.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마음에 새겼다면 이제 민주화 열사들을 추모할 차례이다.
기념관을 나와 표지판을 따라 추모공간으로 가는 길에도 민주화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형형색색의 빛을 띄우며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건을 연출해둔 ‘한국 민주화 운동사 바로 알기장’, 민주화 현장을 뒤덮었던 깃발의 숲을 재현한 ‘깃발 광장’, 그리고 붉은 꽃과 사람이 함께 걷는 모습을 형상화한 ‘고난의 길’이 추모공간으로 가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단단히 해준다.
아! 추모공간으로 향하다 보면 묘역이 어디 있나 두리번거리게 될 만큼 묘역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이는 광장보다 2m 높게 묘역을 배치하여 묘역이라는 선입견을 품지 않고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고려한 배치라니 이 공원에 얼마나 섬세한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추모공간으로는 민주열사들이 안장되어 계신 ‘민주묘역’과 그곳에 안장된 분들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져 있는 ‘유영봉안소’가 있다.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으나 잠시나마 민주 영령들을 추모하며 감사함을 담은 다짐을 해본다.
추모를 마치고 넓은 하늘과 경치를 둘러보면 푸르른 민주광장 위에 반짝이는 대형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 조형물이 바로 민주주의의 염원이 담긴 ‘염원의 빛’이다. 이 조형물에는 작은 글귀가 적혀있다.
“이 땅에서 자유 평등 정의 평화가 구현되고 민주의 큰 세상이 영원토록 이어지길 염원하며 민주화운동 희생자 영령께 삼가 이 탑을 바칩니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정의와 평화를 위해 생명을 바친 열사들이 선물해주신 큰 세상. 그 세상이 더욱 커지도록, 더 이어지도록 깊은 감사의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