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당신이 만나고 싶은 이천은 어디인가요?

김남희

  1. 도자기
  2. 프로젝트
  3. 이천도자기 해외홍보
  4. 프랑스 파리 메종오브제
  5. 김남희
김남희 작가 사진

‘늦깎이’ 그릇장이, 김남희 작가

작품 마다 새겨진 ‘와이(y)’는 흐를 유(流)에 물결 랑(浪), 유랑의 앞글자에서 따왔어요.

"흐르는 물결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단 뜻인데, 그러한 마음이 작업에도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에 작업이 끝나고 나면 새겨요. 제 작품 철학도 이와 같아요. 은근히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남희 작가는 경기도 이천에서는 ‘늦깎이’로 통한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어느 날 문득 이대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고 미술 학원을 등록했다. 남들은 새로운 길을 찾기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던 서른 살, 디자인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곳에서도 방황은 끝나지 않았다. 컴퓨터로 하는 디자인 작업이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 그러다 인생을 뒤바꿔 놓은 운명이 찾아왔다. 서울의 한 전시장에서 열린 재독(在獨) 작가 이영재의 도자전이었다. "바닥에 펼쳐진 사발들을 보고 생애 처음으로 온몸에 털이 다 곤두서는 듯한 경험을 했어요. 방사형으로 뻗은 곡선 같은 직선의 흐름, 흰빛과 푸른빛 사이의 색을 보면서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그 길로 독일 행 티켓을 끊어 이영재 작가의 공방으로 들어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작가의 공방에서 물레를 차면서 ‘이 길이 내 길’이란 걸 깨달았다. 뒤늦게 시작한 물레 작업, 다시 대학에 들어갔고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다.

"도자기의 따뜻함이 좋았어요. 도자기에는 수 작업 과정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손길, 그 감성이 오롯이 들어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흙이라는 물성이 따뜻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시작은 늦었지만 작품은 유행을 앞서갔다. 김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은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트레이 세트 라인이다.

애프터눈 티는 19세기 영국 귀족사회에서 시작된 차문화로, 점점 서구화되고 있는 한국의 식(食) 문화에서 2단, 3단으로 이뤄진 식기 라인은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색감과 여백이 특징이에요. 수평적인 일반적인 접시와는 다르게 가장자리를 수직으로 세워 닫혀진 공간을 만들었는데 가장 자리는 흙의 고유한 흰색을 보여주고 가운데는 큰 원으로 은은한 저 채도의 색을 써서 서로 부딪히지 않고 공간적인 여백을 느끼도록 했어요." 최근 만들고 있는 작품이자 이번 메종오브제에 출품하는 아뜰리에 라인은 그늘과 그림자를 다룬 책에서 영감을 받았다.

김남희 작가 작품 사진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산문집 ‘그늘에 대하여(음예예찬)’라는 책을 읽고 그림자를 주제로 작업을 시작했어요. 흰색의 그릇이 분명하고 직접적이라면 검은 톤의 그릇은 간접적이면서 은유적이에요. 담기는 음식과 비어질 공간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여백을 살릴 수 있게 작업했어요."물레로 얇게 성형한 뒤 금속질감의 어두운 톤의 유약을 입혀 깊은 공간감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그릇에 그림자를 담았다.

김 작가가 그릇을 빚으며 느끼는 감정도 그늘, 혹은 그림자와 같다.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그늘과 같은 평온함이자 그림자와 같은 쓸쓸함이에요. 우리 인생도 같은 거 같아요. 한켠에 스며드는 빛이 있는 공간에서 어두운 찻잔에 담긴 차를 음미하고 접시에 담긴 한 조각의 다과를 보면서 마음에 울렁거리는 동요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 같아요. 앞으로도 그런 그늘 같은, 또 그림자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